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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KBrC 선수 참가 후기 _준비과정(2)

커피 큐레이터 이일용 2017. 10. 26. 08:28

 

대회 2주일 전에 결정 된 생두

대회용 생두를 결정하는데 있어서 정말 많은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대부분의 대회를 준비하는 사람들은 고가의 게이샤 품종이나 높은 등급의 COE를 사용하는 경향이 컸기 때문에 저 또한 그렇게 준비해야하는게 아닐까 고민을 하게 됐습니다. 원래는 그냥 내가 느끼기에 맛있는 원두를 가지고 가면 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지만 주변에서 준비하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마음이 휩쓸리게 되더군요.

결국 직구를 통해 구매한 과테말라 게이샤와 국내 유통업체를 통해 구한 콜롬비아 게이샤 두 개의 생두를 테스팅하게 되었습니다. 샘플로스팅을 하였으나 그 결과는 참담했습니다. 이게 과연 kg6만원이 넘는 원두인게 정녕 맞는 건지충격에서 헤어나올 수 없었습니다. 충격을 먹은 이유는 올해 6월과 10월에 진행한 로스팅 대회에서 입상한 원두들이 대부분 아프리카 계열에 일반적인 스페셜티 원두들이었는데 향미로 보나 맛으로 보나 제가 구매한 게이샤 생두에 비해 월등했기 때문입니다. 물론 제가 로스팅 실력이 미흡한 것일 수도 있겠으나 아무리 그렇다 쳐도 도무지 수용할 수 없는 결과가 나왔기 때문에 이미 구매한 게이샤 생두는 사용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다행이 저를 평소에 많이 도와주고 있는 로스터 한 분이 제 대회를 위해 생두를 몇 가지 테스트해봤고 만족스러운 게 몇 가지 있다고 해서 그 생두들 샘플로스팅 한 걸 커핑 해보고 그 중에서 하나로 결정하게 되었습니다.

예선까지 2주 남짓 남은 것도 빠른 의사결정에 한 몫 했지만 정말 커핑 했을 때 그 맛과 향이 아주 뛰어났기 때문에 고민의 여지가 없었습니다. 그렇게 선택한 생두는 에티오피아 코체레 내추럴입니다. 원두를 직접 고르고 로스팅해서 대회의 A to Z를 전부 컨트롤 하고 싶었지만 아직 역량이 그 정도까지는 안 되는 거라 생각하고 이번 대회의 원두는 받아서 사용하기로 했습니다.

현재 알마씨엘로에서 판매하는 상품이고 주요 테이스팅 노트는 복숭아’, ‘살구’, ‘스트로베리’, ‘장미등이 있었습니다.

커핑 했을 때 느낀 맛을 짧게 풀어 써보면, 처음에는 진한 산미가 입안으로 들어오지만 곧이어 복숭아와 살구 같은 핵과류의 스윗한 향미가 산미를 중화시켜 부드럽게 느껴지게 합니다. 그리고 미디움바디가 부드럽게 느껴지고 애프터테이스트는 깔끔하고 클린합니다. 그 외에도 텐저린 계열의 향미가 느껴졌고, 아로마는 전반적으로 복숭아와 로즈힙의 향이 납니다. 짧게 쓰려고 했으나 설명이 길어졌네요. 어찌됐든 생두가격 13,000원 대에 이정도 퀄리티면 가성비 깡패 수준입니다.

대회 원두 커핑샘플로스팅한 7종류의 원두 커핑

알마씨엘로 코체레 내추럴알마씨엘로 코체레 내추럴



부족한 연습시간에 대한 아쉬움

대회용 생두가 늦게 결정되었기 때문에 대회 시연 스크립트(대본)도 자연히 완성이 늦어졌습니다. 그리고 내용에 대한 수정보완을 거의 10번 남짓 한 것 같습니다. 실제 대회처럼 시연을 해보며 대본대로 읊어보면 행동과 말이 안 맞는 순간이 자주 찾아왔습니다. 그럴 때마다 스크립트의 순서를 바꿔보기도 하고 시연 동작을 조금씩 조정해가며 스크립트와 동작을 맞춰갔습니다.

예선 전날까지도 스크립트를 수정했기 때문에 대본을 완벽하게 숙지하고 동작을 진행하기가 어려웠습니다. 따로 진행중인 행사도 겹쳐 있던 시기라 낮에는 원래 해야하는 일들을 처리하고 저녁에 되어서야 새벽까지 연습을 할 수 있었습니다.

정말 집중해서 연습한 건 이틀 정도 될 거 같습니다. 새벽 세시까지 예선전 전날과 전전날에 잠을 참아가며 집중해서 연습했습니다. 그 정도 연습 시간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할 정도로 다른 일들이 많았기에 연습시간이 부족한 것에 대한 아쉬움은 남지만, 이미 지나간 일이기도 하고 준비가 미흡해서 결과적으로 연습시간이 부족해진 것이니 내년에 더 철저히 준비하기로 다짐하게 됩니다.

시연 스크립트수차례 뜯어고친 시연스크립트의 흔적들

최종 연습 1예선 최종 연습 1

예선 최종연습 2알마씨엘로 코체레 내추럴

TDS체크TDS 및 수율 체크


프리젠테이션 핸드아웃 준비

지난 대회 결선 영상들을 찾아보면 브루잉 시연을 하면서 선수들은 다양한 시각적 자료들을 준비합니다. 종이로 만들어진 것부터 아이패드와 같은 전자 디스플레이를 이용해 본인이 준비한 생두와 추출방식에 대해 설명합니다.

이런 준비가 심사위원에게 +점수를 얻는데 도움이 되는 건지는 정확히 모르지만 선수가 말로만 하는 것보다 시각적 자료를 이용한다면 보다 이해에 도움이 될 거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에 저 역시 해당 자료를 준비하기로 했습니다.

아이패드는 없었기 때문에 그냥 제가 디자인해서 출력후 압축 스티로폼에 붙여서 만들었습니다. 이런 건 늘 하던 일이라 뚝딱 만들어 준비했습니다

핸드아웃 시안대회용 핸드아웃 시안



이번 대회의 목표는 본선진출

그렇게 예선전을 위한 준비를 모두 마치고 목표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봤습니다. 처음 선수 등록을 했을 때는 결선 진출이 목표였습니다. 그러나 예선전이 가까워질수록 미흡한 준비로 인해 자신감이 떨어지고 현실적으로 준비가 안된 저를 알게 되니 목표는 자연스럽게 낮아졌습니다.

그래도 욕심은 있기 때문에 예선전 참가에만 의의를 둘 순 없었고 어떻게 해서든 본선 진출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목표는 이루지 못하더라도 세울 수 있기에 일단 본선에는 어떻게 해서든 올라가보자 마음을 다졌습니다.

본선 출입증KBrC 본선 출입증


 

무엇보다도 어려웠던 음악선택

선수는 시연 때 본인이 원하는 음악을 10분간 재생할 수 있습니다. 물론 필수가 아니기 때문에 안해도 상관 없습니다. 어떤 선수의 경우 결선에서 음악이 심사위원의 집중도를 흐트러트려서 방해가 된다고 생각하고 음악을 안트는 일도 종종 있으니까요.

그렇지만 저는 음악을 넣고 싶었습니다. 시연에 방해되지 않도록 가사는 없고 배경음악으로서 심사원들의 마음과 시연자의 마음을 안정되게 만들어주는 그런 음악을 찾았습니다. 그렇게 찾은 음악은 세 가지입니다.

5mg-coffee house

Vanilla Mood-second run

Quantic-18-Transatlantic 이렇게 잔잔하면서도 사람의 마음을 차분하게 만들어주는 그렇지만 또 너무 루즈하지 않은 음악들을 엮어서 10분으로 만들었습니다.

참 재미있는게 제가 예선과 본선 시연 때 과연 이 음악을 인지했을 까요? 답은 전혀 못했다는 겁니다. 정말 시연 내내 하나도 안 들렸어요. 긴장한 탓도 있지만 전 그냥 이 노래가 제가 인지 못할 정도로 저를 방해하지 않았기 때문에 집중해서 시연을 하는데 도움을 준 것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나 혼자 예선으로

그렇게 모든 준비를 끝내고 저는 예선 당일 시연 1시간 전에 예선 장소에 도착했습니다. 당연히 저처럼 혼자 하는 사람이 많을 거라고 생각하고 간 예선 장소에서 저는 혼자 외로울 수 밖에 없었습니다.

대부분 도와주는 사람을 대동하고 왔고 준비시간 동안 옆에서 선수들의 긴장을 풀어주는 역할을 하기도 하고 자질구레한 일들도 처리해줌으로서 선수가 오직 시연에만 집중할 수 있게 해주는 모습을 보고 저는 그냥 외로웠습니다.

다음 예선전 관련 포스팅 편에서 쓰겠지만 앞으로 대회는 절대 혼자서 준비 안 하기로 결심했습니다.

그럼 준비과정에 대한 이야기는 여기까지 작성하도록 하겠습니다.


2017/10/26 - [기획/커피 대회] - 2018 KBrC 선수 참가 후기 _준비과정(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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